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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 인권간담회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자 조한진희 선생님 / 후기 : 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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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12-16 조회수 :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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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작가와의 간담회 후기

 

김세림

 

 

 

지난 2019112, 연구소 인권위원회에서 준비한 조한진희 작가와의 간담회가 있었다. 연구소 인권위원회에서 질병 문제에 대한 간담회를 기획한 것은 인권의 문제를 보다 폭넓게 고민하기 위함이며, ‘를 넘어선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작가도 이야기했지만 일생에 한 번도 질병에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많은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간담회에는 남녀노소를 망라하는 많은 연구원들이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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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쓴 조한진희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었다. 특히 강조되었던 것은 많은 질병이 고강도의 노동환경을 수행함으로써 발생함에도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예민한 성격 등 개인적 원인만으로 치부되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었다. 작가가 언급해준 많은 사례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한 가지를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은 암에 잘 걸리는 성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 TV 프로그램에서 4가지의 유형을 들어 설명하였고, 그 회차는 이른바 대박을 쳤다고 한다. 그 성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 중독형, 둘째 완벽주의 성향, 셋째 화를 내지 못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 넷째 건강염려증. 일중독형은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도 있으니 각자 체크해보시길 권유드린다. (출처는 재단법인 보건의료정보센터 공식 블로그이다)

 

일중독 자가진단 해보기

 

전날 아무리 늦게 자도 아침 일찍 일어난다.

퇴근 후에도 업무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일이 너무 많아 휴가를 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안절부절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경쟁의식이 강하고 일에 승부를 건다는 말을 듣는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다.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서류를 검토한다.

휴일에도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

매일매일 할 일을 빡빡하게 적어놓는다.

일하는 것을 즐기고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다.

 

이 중 4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일중독

 

최근 여러 일로 바빠져 몇 주간 컴퓨터 앞에서 식사를 대충 때웠고, 후기를 쓰는 지금은 일요일 저녁이다. 개학 전날 부랴부랴 방학숙제를 해치우는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도 나는 일 중독자였구나. 심지어 화를 참으면 심장발작 확률이 5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최근 운전을 시작하면서 화가 많아졌는데 앞으로는 건강을 위해 보복운전을 해야 하겠다. 면허가 취소되면 운전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건강해지겠지. 너무 빈정거린 듯하지만, 대체 현대 사회에서 일 중독이 아닌 사람이, 그리고 위 네 가지 유형에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작가는 이 예시를 통해 질병의 개인화를 지적하며, 질병이 개인화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질병이 의료산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예방 차원에서 실시되는 각종 건강검진, 보험, 의약품 및 영양제, 각종의 만병통치약까지 그 거대한 의료산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모든 질병의 원인을 개인의 생활습관, ‘잘못된 삶을 살았으니 벌처럼 얻게 되는 질병이라는 프레임에 가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개인은 자신의 질병에 죄책감을 갖게 되며, 의료산업에 기대 해소될 수 없는 원인을 제거하는 데 노력하느라 사회적 원인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일로 인해 병을 얻게 되지만 내가 운동을 열심히 했다면 안 아팠을텐데라며 자책한다. 그리고는 운동을 하고 약을 들이 부으며 다시 일한다. 이에 작가는 우리가 아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권리, 질병권을 주장한다. 하루 30분 반신욕이 허락되는 사회, 죄책감 없는 휴식이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아픈 몸이 어떤 세계를 살아가는지 계속 드러내야 한다.

 

아픈 몸의 세계를 드러내 준 작가의 강연에 질병을 갖고 있는 모두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병을 가진 몸과 금연의 관계부터 병을 겪는 자의 주변인으로서 함께 해줄 수 있는 것이 병과 관련된 원인을 제거해주는 것 뿐이라는 고민까지. 질병과 장애의 관련성을 포함한 강연이었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고민, 혹은 해외와의 비교도 공유할 수 있었다.

 

간담회를 들으면서 내 머릿속에는 나와 주변의 질병 경험이 계속해서 스쳐 지나갔다. 2년 전쯤, 장기간의 출장에서 돌아온 후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시달렸던 적이 있다. 눈을 뜰 수 없이 얼굴이 빨갛게 붓고 피부 아래에 벌레가 끊임없이 기어 다니는 느낌에 거의 하루종일 얼굴에 얼음팩을 대고 지냈고, 당연히 바깥 외출은 어려웠다. 1년간 원인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고, 죄없는 나의 고양이는 알러지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할 수 있는 건 금주와 운동, 식생활 개선 뿐이었는데 덕분에 다이어트는 잘 되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결혼식을 올리고 10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오니 말끔히 나아버렸다. 그 후로 술을 먹든 밀가루를 먹든, 고양이와 얼굴을 비비든 아무 영향이 없다. 결국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과로와 스트레스밖에 없었다. 실제로 밤샘이 지속되면 다시 간지러워지기에 현재는 일정을 무리하게 잡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각종 질병은 우리를 찾아온다.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는 만성적으로 질병을 안고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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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희 작가에게 의사는 공주처럼 살아야 평균기대수명만큼 살 수 있다고 했지만, 그는 공주를 보살펴주는 시녀와 왕궁이 없기에 약간의 바쁜 삶과 남들보다 짧은 기대수명을 살겠다고 했다. 당장 나와 내 주변의 삶은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건강 중심적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근본적이지만 반드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삶의 급급함에 밀려 포기할 수 있는 게 건강뿐인 삶에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건 이 노동구조에서 벗어나는 것 뿐이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외쳤다. “당신이 운동을 못하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야!”라고. 그리고 “3년 안에 회사에서 탈출하자. 하지만 남편과 함께 주말 요가를 등록했고 열심히 현미밥을 해 먹고 있다. 주말은 더욱 바빠질 것이고, 토요일에 늦잠을 자면 죄책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작가의 모든 말에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씁쓸함이 남는 것은 내가 아직 잘 아플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일까. 아마 이런 마음을 알기에 작가도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라고 외쳐준 것일테다. 최소한 죄책감만은 갖지 말자는 것이다. 아픈 건 당신의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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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내용과 당시의 질의응답을 후기에 모두 담지 못하는 한계로 혹 작가의 의도를 잘못 전달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기억력의 한계에 죄책감을 갖지 않더라도 양해해주시리라 감히 믿어본다. 간담회의 내용은 저자의 책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질병을 가진 모두가 책을 일독해보시길 권하며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