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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21. 역사문제연구소 내부 인권교육 후기 / 윤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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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7-31 조회수 :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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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에서는 매년 2~3회에 걸쳐 내부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주제의 인권교육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1일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오매 선생님을 모시고 인권교육을 진행했는데요, 

 

이에 대한 후기를 윤성준 연구원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아래에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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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인권교육 후기

 

윤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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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육이었다. 바야흐로 교육의 시대이다. 내가 속한 대학이든 연구소든 또 예비군이나 민방위 훈련도 모두 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에서도 학과 학부/대학원 행정조교를 맡기 시작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인권존중, 장애인 인식개선, 개인정보보호와 같은 교육뿐만 아니라, 학과 행정 업무와 관련된 각종 교육을 이미 4~5의무적으로이수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문제연구소의 또 다른 교육은 사실 나에게 의무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연구나 교육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 교육에 대한 피로를 느끼게 되는 조금은 모순적인 상황이 당시 나의 처지였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학교나 연구소 등에서 하는 의무교육들은 나에게 큰 교육적 감흥을 주진 못하였다. 물론 이 점이 내가 계속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절대적 이유가 되겠지만, 환경과 내용이 그러했다. 인권교육(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의 형식은 의무 이수이상의 의미가 없었고, 나와 내 주변의 인권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서 나의 삶에서의 실제적 적용이나 실례(實例)에 대한 이해를 찾을 수 없었다. 내용 역시 주로 규제나 통제적인 것들이었다. 변화와 개선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은 나를 더욱 피로하게 그리고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방적인 교육방식 역시 교육의 효과를 저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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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인권교육을 받기 위해 들어선 관지헌에서 제일 처음 받아본 발표 PPT 인쇄물을 보고도 내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나의 무지와 무식의 소치겠지만역시나 난해한 용어와 개념들나의 주변에서 쉽게 보거나 겪지 못한 사례들은 또 의무적 교육’ 이수를 요구하는 듯했다그렇게 교육은 시작되었다

 

인권위원장님이 이 분야의 스타라고 소개하신 것처럼 김오매 부소장님의 강의는 처음부터 쉽게 집중할 수 있었다특히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들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하는 강의는 나를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다양한 자아/개인 또는 공동체 속에서 벌어지는 성폭력들을 상담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는 나 역시도 많이 공감했다인권 특히 젠더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지형들을 접할 때마다 나는 아직도 많이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낙태죄 폐지 운동과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정리는 최근 미투 운동과 함께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단순히 남성과 여성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일 수 있고나도 당사자로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교육은 예정된 시간이 훨씬 지나 끝났다참석한 연구소 선생님들과의 질의와 응답이 오고 갔지만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줄은 사회자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던 성싶다아쉽게도 김오매 부소장님과는 뒤풀이를 가지지 못했지만다른 선생님들과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마친 것도 좋았다.

 

아직 미흡하지만현재 대학과 기관들에서는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하지만 나의 주변 사람들의 교육적 효과들은 내가 느낀 감정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래서 인권교육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많은 편견과 오해들이 존재한다물론 형식적으로나마 인권교육이 실시된다는 점은 분명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그러나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이 되려면 오늘처럼 이런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어려운 개념과 용어보다는 현실적인 표현이나 설명법적 판결과 같이 어떤 문제에 대한 규정보다는 다양한 해석을 포용하여 문제에 대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3자나 잠재적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듯한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나의 삶과 관련된 내용을 통한 교육자와 소규모 학습자 사이의 쌍방 소통 방식이 분명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나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닌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