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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26. <권수정에게 듣는 여성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향배> 후기 / 최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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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7-30 조회수 : 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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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연구소 벽사당에서 있었던 민중사반 간담회 <권수정에게 듣는 여성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향배> 후기입니다.

후기를 작성해 주신 최보민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더불어 참석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권수정 의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 최보민 

역사학연구소 연구원이자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회원이다. 현재 민중사반 반원이며, 일제시대 사회/대중운동에 관심을 갖고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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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민중사반 간담회 <권수정에게 듣는 여성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향배> 후기

 

최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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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가 끝나고 언론에서 선거 결과와 당선자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당시 언론이 주목했던 당선자 가운데 눈길을 끄는 한 사람이 있었다. 8년 만에 당선된 진보정당 소속 서울시의회 시의원인 정의당 비례대표 권수정이었다. 

 

  시의원이 되기 이전 권수정 의원은 오랫동안 아시아나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며 아시아나항공 노조를 만들고 여러 가지 투쟁을 이끌었던 노동조합 활동가였다. 특히 그녀는 여성 승무원들에게 치마만 강요했던 항공업계의 관습을 깨고 여성 승무원들도 바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한 ‘바지 투쟁’을 이끌며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후 그녀는 공공운수노조‧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거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2018년 6‧13 지방선거에 당선되며 그녀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시의원이 된 이후 권수정 의원은 여성, 노동자,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며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지난 1년간 권수정 의원이 보여준 행보는 ‘지역 정치’에서 진보정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에서는 권수정 의원의 활동 경험을 듣고 이야기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권수정 의원의 노동운동, 시의원 활동 경험을 나누고 역사 연구자들은 현실의 운동, 정치와 어떻게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위한 자리였다. 

 

  간담회는 크게 3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는 시의원이 되기 이전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이자 노동조합 활동가로서 권수정의 경험에 관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 승무원은 화려하게 보이는 외적인 부분만이 각인되어왔다. 특히 여성 승무원들은 외적인 이미지로만 각인되었고, 고착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95년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한 이후 권수정 의원이 느꼈던 것은 여성 승무원의 화려함이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가해지는 차별이었다. 똑같은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서 낮은 직급, 낮은 임금에 머물러야 했고, 직무와는 상관없는 과도한 외모와 복장에 대한 규제를 받아야만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과 다른 여성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맞서 싸우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바지 투쟁’을 비롯한 다양한 투쟁을 전개했다. 항공사 여성 승무원으로서 그녀의 삶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차별을 깨부수기 위해 분투기였다고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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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주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운동에 대한 권수정 의원의 인식 변화였다. 그녀에 따르면 노조 활동을 하기 전까지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후 여성 승무원에 대한 다양한 차별을 겪으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노동운동과 관계를 맺게 됐다. 특히 2001년 6월 파업을 전개하면서 처음으로 구조적 문제와 직면하고 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한다. 또 노동운동을 하면서 여성 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차별과 싸우는 과정 또한 그녀를 적극적인 노동운동가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런 권수정 의원의 사례는 한 명의 노동자가 노동운동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써 운동이란 무엇이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다시 되새겨 보게 했다.

 

  두 번째 주제는 시의원으로서 활동 경험에 관한 것이었다. 2018년 6월 시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권수정 의원은 시의원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여성,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고,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으로 인해 불안정해져만 가는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지난 1년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권수정 의원 단 한 명의 힘만으로 많은 것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그녀의 활동은 필요했지만, 누구도 대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왜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 필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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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한편으로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권수정 의원이 느꼈던 비합리적인 서울시의회의 행태, 기득권에 매몰된 다른 시의원들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현재 ‘지역정치’가 가진 민낯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비합리적이고 기득권을 고수하는데 급급한 현재 서울시의회의 모습은 결국 ‘지역정치’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대중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 ‘지역정치’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 것이 불과 20여 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권수정 의원이 들려준 서울시의회의 경험은 여전히 지역(민)은 정치와 그리고 정치는 지역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나눈 이야기는 진보정치의 전망에 대한 것이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 소속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진보정당의 의의와 앞으로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나아가 진보정치의 앞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진보정치에 대해 서로 다른 전망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전망이 역사학을 공부하는 우리의 연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다. 즉 역사학은 현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고민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역사문제와 정치문제가 분리되지 않고 맞물려 있는 현재 상황 속에서 여전히 유효성을 가진 질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권수정 의원과 간담회는 연구자로서 나의 위치와 연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층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연구자인 우리의 위치와 역사연구에 대해 확장된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가 더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