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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7. 봄답사 후기 <숨겨진 근현대사 핫플, 명륜동 혜화동 탐방기>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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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5-09 조회수 :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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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토요일 진행된 역사문제연구소 봄 답사 "명륜동과 혜화동을 걷다"의 두번째 후기입니다. 

후기를 작성해 주신 박소영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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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근현대사 핫플, 명륜동 혜화동 탐방기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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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명륜동과 혜화동은 항상 걷기 좋은 동네였다. 토박이 동네 주민들과 자취생들이 섞여있으면서도 오래된 단독 주택과 신축 빌라가 공존했다. 골목은 많고 꼬불거렸고 어디를 들어서든 새로운 풍경으로 안내했다. 북촌처럼 커다란 대로변이 위압적으로 길을 가르고 생활의 흔적 없이 관광객만 오가는 동네랑은 달랐다. 좋은 위치와 편리한 인프라들을 앞에 두고 살기 좋은 동네이면서도 역사의 흔적을 곳곳에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그래서 항상 이 동네의 골목들을 다닐 때면 도대체 내가 모르는 어떤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걸까 하는 궁금증을 한참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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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사문제연구소의 2019년 봄 답사가 바로 명륜동과 혜화동이라는 공지를 본 순간 ‘무조건 가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도 좋은 4월 말, 봄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성균관 앞에서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님의 개괄적인 설명을 들으며 새삼 이 동네가 품은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였다. 참가자들을 위해 리시버와 핸드아웃이 따로 준비된 점도 좋았다.

 

 

여러가지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여운형의 암살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혜화 로터리는 여운형이 암살된 장소로 익숙했지만, 사건 발생 당시의 풍경 같은 것은 잘 몰랐기 때문에 설명이 더욱 흥미 진진했다. 여운형이 사망하기 전 머무른 정무묵의 집터부터 혜화로터리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설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점도 무척 좋았다. 마치 내가 70여년 전으로 돌아가 며칠 전에 발생한 사건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한 정무묵이라는 기업인도 무척 흥미로웠다. 당시 최고의 자동차 서비스 회사를 가지고 있었던 기업인이라니. 새삼 우리의 해방전후 역사에서 발굴된 기업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참 적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운형 암살 후 정무묵은 어떻게 됐을까, 또 그의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분명히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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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과 혜화동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일상적으로 스쳐간 동네가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백정들이 세운 학교라는 혜화초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이육사의 동생 부부의 궁중요리집 이야기들. 나혜석의 신혼집도 명륜동이었다고 하니 그 시절 지식인 핫플레이스가 이 동네였구나 싶었다. 항상 이 동네에 유독 많다고 느꼈던 ‘토박이’에 대한 조사도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시간 관계상 올림픽기념관부터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즐거웠다. 그간 어디에서도 듣지못했던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아쉬웠던 점도 몇 가지 있었다. 일단 답사 시간동안 제공되는 방대한 정보의 상당부분이 그저 현장에서 설명으로 흘러가버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핸드아웃에는 우리가 탐험한 코스가 기재돼 있지만, 정확한 위치가 표기된 것은 아니며 모든 장소가 표시된 것도 아니었다. 구글지도 등을 이용해 우리가 탐방할 장소들을 표시하고 그 링크를 참여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면 자료로써 가치도 있고 다시 되짚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부소장님이 설명한 인물이나 사건, 장소에 대한 추가로 참고할만한 책이나 자료에 대한 안내가 없었던 것도 조금 아쉬웠다. 설명을 듣고 나니 관련 내용을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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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4대문안’이라고 말한다. 서울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도성 안’에 대한 개념이 있는 것이다. 정치 금융 문화의 중심인 ‘4대문 안’은 사실 상당히 좁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끊임없이 관련된 이야기가 재생산돼 왔다. ‘미스터선샤인’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다시 개화기 정동길의 역사적 흔적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그간 대중매체들을 통해 반복 재생산된 근대 역사 산책 류의 이야기는 장소도 북촌 정동 기껏해야 서촌 정도로 한정적이었다. 명륜동과 혜화동 역시 혜화문을 경계로 둔 ‘4대문’의 이야기에 역사성도 충분하지만 북촌 서촌 등에 비해 대중에겐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아마도 이 동네의 관련 인물 상당수가 사회주의 계열 인물, 월북한 사람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에서 먼 이야기들이 이제는 다시 대중들에게 조명받을 시기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 2019 봄답사 웹자보, 답사 진행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