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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통권138호 / 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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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3-03 조회수 : 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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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권하는 사회

투자인가 도박인가. 20세기 세계를 휩쓴 투자의 실태와 사회적 영향

미친 듯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은 물론이고, 주식과 금, 그 실체도 모호한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투자를 빙자한 욕망의 폭주는 그치지 않는다. 이런 폭주를 탈근대의 기술과 미디어가 중계하고 부추기고 있다. 투자와 투기는 여전히 계속되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속성이다. 이번 호 특집 투자 권하는 사회20세기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투자의 실태와 사회적 영향을 소개하고 분석했다. 우선 김승우는 20세기 초부터 대중투자사회로 진입했던 미국 주식시장을 배경으로 주요 투자전략이 차례로 등장한 역사적 기원과 함의를 살폈다. 이는 현재의 주식투자에서도 적용되는 기술적 분석, 증권분석, 랜덤워크 방식으로, 각 투자기법은 투자자의 세계관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내 자본이 움직이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해왔다는 점에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박진빈은 1920년대 플로리다의 부동산 개발과 투기 열풍을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제주를 연상시키는 이 개발 붐의 전개도 흥미롭지만, 극적인 몰락과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부패와 무책임은 더 충격적이다.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기까지 상처와 그 경제적 여파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인만은 1980~90년 지가와 주가가 동반 상승하며 등장한 버블 경제기 일본 사회의 투기 열풍과 사회적 심리 상태, 기업과 가계의 대응, 그리고 버블이 꺼지면서 발생한 충격이 오늘날에 미친 영향까지 두루 살폈다. 기업의 재테크, 국가의 위상변화, 배금주의 등 오늘날 한국 사회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당시 일본의 현상들을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조성찬은 토지, 주택, 교통, 전기, 가스 등 시민의 일상을 좌우하는 도시 커먼즈가 소수 대자본에 의해 지배될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홍콩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최근 홍콩의 정치 경제적 위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며, 오늘날 한국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현대 중국의 투자 열풍을 분석한 박철현의 글은 더욱 비판적이고 충격적이다.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중국의 핀테크 기업과 포용적 금융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박철현은 현재 서민층의 주식투자 열풍이 실질적으로 증시 부양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국가와 인터넷 고리대금업자인 기업의 합작품임을 밝혔다.

 

 

비동맹주의의 실험과 유산

냉전적 진영화와 대결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와 평화를 모색하다

지구적 차원에서 세력 확장을 추구하는 강대국들이 세계를 다시 진영으로 재편하고 있다. 새로운 진영 간 대결은 마치 냉전 혹은 제국들의 시대를 연상하게 하거니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격변하는 국제정세가 이를 대표한다. 우크라이나뿐인가? 첨예한 세력 대결의 장이 되어가는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 무력 충돌은 전략적 대결로 확장되고, 강대국들은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게 어느 한쪽에 가담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한반도 또한 그 대결구도 위에 놓여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일방적 진영화나 전쟁 논리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을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호 역사비평의 기획 비동맹주의의 실험과 유산은 냉전적 진영화와 대결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와 평화를 모색한 아시아 아프리카 각국의 역사적 시도를 다루었다. 백원담과 권헌익은 한국전쟁이 비동맹주의의 형성에 미친 영향에 주목했다. 백원담은 인도 총리 네루가 한국전쟁과 전쟁 이후 아시아의 평화와 아시아 주도성을 위해 수행한 역할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다시 평가했다. 강대국들의 세계질서 재편 과정에 대항하여 네루의 아시아 평화론이 중립주의, 나아가 비동맹운동으로 상승하는 것을 한국전쟁과 전후의 구체적인 활동 속에서 살펴보았다. 권헌익은 미얀마(버마) 정치 지도자 우 누의 활동을 통해 한국전쟁이 비동맹이라는 새로운 국제관계의 모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다. 탈식민 냉전의 시대와 비동맹(Non-alignment)이라는 새로운 운동의 탄생에 대한 다각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분석이다. 정영환은 비동맹운동의 기원으로 평가되는 1947년 뉴델리 아시아관계회의에서 한국대표의 활동과 재일 조선인의 대응을 고찰했다. 여운형이 대표에 선정되었다가 사퇴하는 과정, 대표의 선정, 회의 진행과 한국 대표의 발언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밝혔다. 특히 이 회의에 호응하여 재일 조선인들이 재일본아시아민족회의를 개최한 것과 연대의 아시아를 실현하고자 한 그 역사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역사교육과 역사 대중화에 대한 제언들

환경사의 문제의식, 세종시대의 재조명

역사교육에 대한 기획은 앞으로 ‘2022 역사교육과정 개정과 그 쟁점들이라는 제목으로 이어 나갈 것이다. 2025년부터 시행할 교육과정 개정이 진행되는 올해, 좀 더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새로운 제안과 토론을 펼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고유경이 환경사를 역사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제시했다. 당위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세심하게 제안하여 실제 교육과정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여준다. 장기연재 세종시대의 재조명성군훈민정음이미지 뒤에 가려진 당대의 역사를 좀 더 맥락적으로 성찰하려는 노력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규철이 세종의 여진 정벌에 대해 다루었다. 한국사 서술에서 피해자의식에 대한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차례

[책머리에] · 전쟁과 대결, 독점과 욕망을 넘는 역사 / 이기훈

[특집] 투자 권하는 사회 ①

· 시장을 이길 수 있는가?20세기 주식시장 읽기와 투자 기법들의 역사 / 김승우

· 1920년대 플로리다 부동산 개발 붐과 과열 투기 / 박진빈

· 버블기 일본에서 나타난 투기·투자의 특징과 그 의미 / 여인만

· 토지독점에 기초한 부동산 재벌의 도시지배와 홍콩 현상’ / 조성찬

· 중국의 주식투자 열풍정부와 핀테크 기업의 합작품 / 박철현

[연속기획] 2022 역사교육과정 개정과 그 쟁점들 ①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역사교육환경사와 역사교육의 연대를 위한 제언 / 고유경

[기획] 비동맹주의의 실험과 유산

· 전후 아시아에서 중립의 이몽과 비동맹운동한국전쟁 종전에서 인도 요인을 중심으로 / 백원담

· 3세계 운동의 기원으로서 한국전쟁버마의 우 누의 중립주의를 연결고리로 / 권헌익

· 1947년 아시아관계회의와 재일아시아민족회의 / 정영환

[장기연재] 세종시대의 재조명

· 세종의 정벌은 정당한 전쟁이었는가피해자와 가해자의 전도(顚倒) / 이규철

[역비논단] 

· 1960년대 후반 건전가요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전석환의 활동을 중심으로 / 이정엽

[서평] 

· 한국 현대사의 진실드러내기를 위한 어느 역사가 평생의 고투 ― 『전환기 현대사의 역사상』(서중석, 역사비평사, 2021) / 이상록

· 새로운 그러나 그다지 새롭지 않은 ― 『작은 한국전쟁평화를 위한 비주얼 히스토리』(강성현, 푸른역사, 2021) / 고지훈

· 자료와 열정으로 헤쳐 나간 지난한 대화의 길 ― 『한중 문학의 대화이육사와 루쉰 그리고 한중 상호 문화 인식』(홍석표,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21) / 김미지

· 21세기의 괴물? ‘중국을 독해하는 방법 ― 『제국주의 담론과 동아시아 근대성현대 중국의 정치적 무의식을 찾아서』(차태근, 소명, 2021) / 오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