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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역사비평』 통권136호 /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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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9-16 조회수 : 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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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근대성론의 역사와 현재

―치열한 논쟁의 시대를 돌아보며 다시 묻는 역사의 효용

 

최근 학계의 역사 해석은 점점 힘을 잃고 있는 반면역사의 정치적 오남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한국의 인문사회학계에서는 ‘식민지근대()’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들이 연구를 축적했고 치열한 논쟁도 벌어졌다우리에게 ‘식민지근대’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식민지 경험과 식민주의는 어떻게 축적되었으며 식민지 이후또는 탈식민지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먼저 근대를 향한 한국사의 내적 동력과 자율적 발전을 중시하고 제국주의의 침략(식민지성)이 내적 근대화의 역사적 경로를 왜곡하였다고 보는 내재적 발전론제국주의 수탈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식민지에서 근대적 발전과 글로벌 근대의 보편성을 강조한 식민지근대화론이 대립했다내재적 발전론은 식민지가 근대를 왜곡하는 것으로식민지근대화론은 식민지 경험이 근대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지만둘 다 ‘근대’를 역사의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있다이에 대해 식민지과 근대성을 분리할 수 없으며 식민지야말로 근대의 본질이므로 ‘근대비판=식민()주의’의 관점에서 식민지근대를 바라보는 ‘식민지근대성론’이 등장하여 관심을 모았다이후 많은 논쟁과 연구가 진행되었고 성과도 있었다탈식민주의문화론적 전환과 다양한 관점성찰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2021년 역사를 사용하는 방법은 여전히아니 더욱 폭력적이다.

『역사비평』에서는 식민지근대성론 연구의 성과와 현재적 의미를 여러 세대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좌담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역사교육의 쟁점들 ① 민주시민교육

―가치를 넘어 구체적 실천을 위한 생산적 비판

학문 연구와 학과의 교육은 다르다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실천이다역사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역사 연구에 대한 질문보다 더 어렵고 복합적이다다양한 주체들의 목적과 이익가치관이 충돌하는 문제이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평화로운 합의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역사비평』은 연속기획으로 역사교육의 쟁점들을 다뤄보고자 한다이번호의 쟁점은 민주시민교육으로서 역사교육이다이번호의 두 논문은 민주시민교육의 가치에 대해 동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점에 비판적이다김진아와 설혜진은 민주시민교육의 개념과 쟁점들을 검토하면서 역사 속에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찾아내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역사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더 잘 활용하면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두 사람의 답도 매우 흥미롭다김아람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그는 현재 한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을 검토하면서 여전한 국가주의적 시각을 찾아낸다또 역사에서 민주화운동에 대한 서술을 늘리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인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이들의 대안을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롭다늘 그랬지만 『역사비평』은 다양한 관점과 주장에 대해 열려 있다이번호는 문제제기로 시작한 것이며 비판과 반론의 장은 언제든 열려 있다더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접경’ 연구의 새로운 시각

―국민국가의 국경을 넘어서는 대안적 공간 읽기

 

실제 세계의 복합성을 설명하는 데 국민국가의 시점이 가지는 한계는 명백하다어떤 면에서 글로벌해지는 세계 자체가 ‘제국’의 관점과 논리를 넘어설 필요를 더해간다이번호에서는 ‘접경(contact zone)’ 연구의 새로운 시각들을 모아보았다경계나 국경을 단절로 파악하는 선입관을 넘어서 공간운동개념으로서 접촉과 변화의 계기로 파악하는 일련의 인문학적 연구들이 흥미롭다전우형은 주목할 만한 영화와 조형 건축 작품들이 새롭게 보여주는 국경의 모습들과 그 창작 과정을 통해 경계를 넘는 새로운 시도들을 읽어낸다박지훈은 접경 개념의 제안자인 매리 루이스 프랫이 제시한 개념을 엄밀하게 검토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접경 연구를 평가하고 있다임경화는 사할린 코리언들의 언어적 상황을 통해 접경지대에서 소수 언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석하고 있으며현명호는 조선에서 태어난 화교이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한 박룡학이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된 사례를 분석했다그야말로 경계를 넘나든 인물인 박룡학은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사회경제사로 윤색된 뉴라이트 ‘유교망국론’ 비판

―이영훈과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에 대한 학술적 검토

 

연속기획 ‘세종시대의 재조명’에서는 2018년 발간된 이영훈의 저서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에서 언급되는 조선시대 노비제도 내용을 정면으로 비판한다이영훈은 위의 저서에서 세종이 ‘성군’이 될 수 없는 근거 중 하나로노비제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을 들었다또한 한국사에서 노비제도는 조선시대 가장 발전하였으며, 15~17세기 기간 동안 노비는 전 인구의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아울러 조선의 노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실한 ‘사회적으로 죽은’ 상태로 묘사되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그의 학술적 주장을 검토하여 연구사적 의의와 비판 지점들을 검토하였다다음으로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에서 언급되는 노비제 내용에 대한 검토도 진행하였다마지막으로는 위 저서에서 드러난 이영훈의 노비제 서술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도 함께 언급하였다결국 그는 노비제를 통하여낡은 유교망국론의 틀에 사회경제사적 해석을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차례

[책머리에]          역사가 할 수 있는 것해야 하는 것 / 이기훈

[특집식민지근대성론의 역사와 현재

                             편집자의 글

                             좌담식민지근대성론의 역사와 현재 / 이기훈·오혜진·이태훈·이혜령·이혜인·조형근·천정환·홍종욱

[연속기획역사교육의 쟁점들 ① 민주시민교육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만남―쟁점과 가능성 / 김진아·설혜진

                             한국 현대사를 많이 알면 민주시민이 될 수 있는가 / 김아람

[기획 1] 리비지팅(Revisiting) 접경접경 연구의 전유와 확장

                             다중적 국경경관(Multi-scalar Borderscapes)과 접경의 재현정치 / 전우형

                             매리 루이스 프랫과 접경 혹은 접촉지대 연구―비판적 평가와 대안적 전망 / 박지훈

                             접경지대에 남겨진 조선어―소비에트 시대 사할린 코리언들의 언어 문제 / 임경화

                             국경의 동요―20세기 초 미국의 동양인 이민자 박룡학 연구 / 현명호

[기획 2] 미얀마 사태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 ①

                             미얀마 군부 지배의 역사적 고찰―그 정치 동력의 구조 / 박장식

[장기연재세종시대의 재조명 ②

                             사회경제사로 윤색된 뉴라이트 ‘유교망국론’―이영훈『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의 노비제론 비판 / 소순규

[연재기획현대 중국의 공간과 이동 ③

                             신장생산건설병단과 지변청년 / 박철현

[기고남북을 휩쓴 테러조직 백의사 연구 ②

                             현준혁 암살과 김일성 암살시도―평남 건준의 좌절된 ‘해방황금시대’와 백의사 / 정병준

[역비논단]          공공역사 논의의 한국적 맥락과 공공역사가들 / 이하나

                             역사의 틈새를 증언하기―1980년대 말 5·18 광주항쟁 증언록 발간 양상과 증언의 윤리 / 배하은

                             ‘시험관 아기’에서 ‘체외수정’으로?1970~80년대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언론 보도 변화 / 정세권

[서평논문]            정석종의 조선 후기 민중운동사 연구와 의미―『정석종그의 삶과 역사학』(역사비평사, 2020)을 중심으로 / 홍동현

[서평]                또 다른 ‘그·알·순’을 기다리는 마중물―『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최형섭이음, 2021) / 임태훈

                             냉전적 사고의 유령과 국제여맹 보고서 사료 비판 문제―『냉전의 마녀들―한국전쟁과 여성주의 평화운동』 (김태우창비, 2021) / 신동규

                             편지를 통해 본 해방정국의 희망과 절망―『편지로 읽는 해방과 점령』 (정용욱민음사, 2021) / 박태균

                             ‘비주류’로 ‘주류’의 역사상을 뒤집기 위한 샅바 잡기―『한중일 비교 통사―역사상의 재정립이 필요한 때』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박은영 옮김너머북스, 2020) / 조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