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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통권130호 /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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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3-03 조회수 :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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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공포는 분노와 증오를 가져온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야말로 가장 두렵고 억울한 일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싶고, 위험의 요소 자체를 사회 속에서 폭력적으로 배제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위협받는 2020년의 한국 사회에도 온갖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고, 단절과 거부, 추방 등의 혐오에 가득 찬 발언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수많은 역사들이 증명하듯 공포는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전염병이 중세 유럽을 휩쓸 때 병의 근원으로 지목당한 유태인들이 공격당했고, 마녀 사냥은 한층 극성이었다. 간토 대지진 때는 재일본 한국인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공포의 시간에서 인내와 성찰이야말로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다. ―「책머리에」

 

 

대중문화와 민족주의, 반일과 페미니즘의 전선에서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는가?

이번호 『역사비평』에서는 대중문화와 민족주의의 측면에서 우리의 3·1운동 100주년을 돌이켜보았다. 작년 한 해 우리는 민족민족주의에 관한 수많은 사건과 곡절들을 겪었다. 3·1운동 100주년의 수많은 이벤트들을 시작으로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한국 사회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지소미아 연장 논란, 심지어 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까지. 한국 사회는 이념적 전장이 되었으나, 전선은 불분명했고 내용은 불충분했으며 의미도 뚜렷하지 않았다. 천정환의 글은 이 특집의 총론으로 작년 한 해 이렇게 복잡하게 전개된 민족주의 대중정치의 양상을 정리하고 분석했다. 국내, 국제 정치의 복잡한 양상 속에서 민족주의의 다면적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따져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운동 주체와 지식사회의 과제까지 제시하고 있다. 다른 필자들은 영화, 출판, 드라마, 뮤지컬·오페라의 대중문화 영역에서 3·1운동 100주년의 상황을 분석했다. 이화진과 전지니의 3·1운동 소재 영화와 드라마 연구는 대조적인 두 작품을 다뤘다. 성공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실패한 드라마 <이몽>. 그 사이에는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영웅 이야기가 있거니와,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현재의 사회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해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용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관련 대중 출판물과 베스트셀러 동향, 그리고 일본 서적 불매운동 등 출판시장의 전반적 동향을 분석했다. 그의 분석은 역사학계와 대중미디어 사이의 명확한 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우형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와 오페라 <1945>를 다뤘다. 역사비평』이 오페라나 뮤지컬 작품을 분석한 글을 싣는 것도 드문 일이다. 작품을 소개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거니와, ‘사이공간반영웅이라는 특징을 지적한 것이 더욱 신선하다. 이화진, 전지니, 전우형의 글을 비교하며 읽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지성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 3·1운동 100주년

3·1운동 100주년의 학술 담론

지난호에 다 싣지 못했던 3·1운동 100주년의 학술 활동 평가를 첫 번째 기획으로 묶었다. 오제연은 최근 다시 부각된 ‘3·1혁명론을 학술과 이념 지형의 변화 속에서 분류하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3·1운동을 촛불혁명까지 연결시키는 장기혁명론의 학술적 정치적 의미를 명료하게 정리, 평가하고 있다.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볼 수 있을 것이다. 3·1운동 50주년, 70주년, 90주년, 100주년은 그 자체로 학술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종호는 각 시점에서 대규모 학술 기획들이 어떤 지성사적 의미를 갖는지 비교하고 분석하였다.

 

 

동아시아 속 한반도, 삼국통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은 벌써 다섯 번째 기획을 이어 나간다. 기왕에 다각적인 학술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거니와, 이번호에서는 시야를 달리하여 당(중국)과 왜국(일본)의 입장에서 삼국통일혹은 고구려와 백제의 멸망문제를 다뤘다. 이기천은 당의 장기적인 국제 전략을 추적하면서 고구려, 백제의 멸망 및 당과 신라의 전쟁을 분석했다. 반면 이재석은 일본의 지배층이 사후적 시점에서 7세기 중·후반 동북아시아의 정세 변화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국민국가의 기원 찾기가 아닌 방식으로 동아시아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차례

책머리에 · 재난과 성찰 / 이기훈

[특집]우리는3·1운동100주년을어떻게기억했는가? 대중문화와민족주의

· 3·1운동 100주년의 대중정치와 한국 민족주의의 현재 / 천정환

· 3·1운동 100주년의 역사영화와 여성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실과 <항거: 유관순 이야기> / 이화진

· ‘3·1운동 100주년불매운동속의 대중 출판물 / 이용희

· 반일 이슈와 TV 드라마가 구현하는 민족주의<이몽>(2019)을 중심으로 / 전지니

· 사이공간과 반영웅들의 재현 정치2019 뮤지컬-오페라의 독립운동 / 전우형

[기획 1] 3·1운동 100주년의 학술담론

· 3·1운동 100주년의 연구와 ‘3·1혁명론’ / 오제연

· 3·1운동 연구의 흐름과 매듭들100주년을 맞이하여 / 이종호

[기획 2]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 당의 입장에서 본 신라의 통일 / 이기천

· 왜국(일본)에서 본 백제·고구려의 멸망 / 이재석

[역비논단] · 역사적 관점으로 본 자본주의와 건강, 그리고 한국의 의료민영화 / 박지영

· 안과의사, 시각장애인에게 타자를 가르치다맹인부흥원과 공병우의 시각장애인 자활운동 / 김태호

· 1910~20년대 내선융화선전의 의미일본인과 부락민·조선인 융화의 비교 / 이정선

· 근대 동아시아 설탕 시장과 홍콩 제당업상인 디아스포라는 지속 가능한가? / 강진아

[서평] · 결국 동아시아사는, 아니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이재환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동아시아사의 행방』(이성시, 삼인, 2019)

· ‘중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국제적 토론 / 김선민

―『전통 시기 중국의 안과 밖중국주변개념의 재인식』(거자오광 지음, 소명출판, 2019)

· 한국 온돌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정합적 결론 / 이종서

―『한국 온돌의 역사최초의 온돌 통사』(송기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