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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역사비평』 통권129호 /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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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12-04 조회수 : 5,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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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돈의 시론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가야사 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원로 고대사학자는 역사가 지역 정치와 개발의 소재로 오용되는 와중에, 학문적 연구와 성찰은 사라지고 이벤트성 행사와 역사상의 왜곡만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가야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역사가 정치에 종속될 때 역사는 오히려 그 사회적 효용성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역사가 정치와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도 없다. 역사는 끊임없이 현실에 의해 부름받기 때문이다. 역사의 정치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정치에 매몰되지 않는 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주체의 자발적 봉기, 혹은 공화국 시민주체의 확립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는가?

최근 3·1운동에 대해 진지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크게 두 가지 경향을 가지며, 각각은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함축하고 있다. 일단의 연구자들은 민족적 단일주체의 저항 서사에서 벗어나 다원적 주체와 기억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3·1운동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반면 주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보다 공화국과 주권자 시민주체의 형성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연구자들도 있었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촛불항쟁을 기존 정치 범주로 해석할 수 없는 다양성의 도전으로 해석할 것이고, 후자는 공화국의 시민주체와 민주주의의 확립 과정으로 볼 것이다. 실제로 3·1운동 연구에서 이런 차이는 어떻게 드러나며 어떤 문제점과 전망을 가지고 있는가? 『역사비평』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2019년 초부터 연구진을 구성했다. 학술, 대중문화, 공공기억으로 연구 분야를 나누고 학술연구와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연구팀을 만들었으며 공적 행사와 전시 등 공공기억 분야는 개별 연구자에게 연구를 부탁했다. 그 성과를 이번 호와 다음 호에 실을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학술 연구와 특별전을 대상으로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는가>를 살펴보았다. 장원아는 다양한 주체와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최근 연구들을 비교, 평가했다. 그는 3·1운동을 나라 만들기의 출발점으로 해석하는 것의 위험을 지적하면서도, ‘다양한 주체론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명백히 존재하는 집단주체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도식적으로 다양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자체가 새로운 획일화일 수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백승덕은 촛불시위의 스펙터클 속에서 3·1운동을 비폭력, 평화의 운동으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기존의 사례 연구들을 비교 검토하면서 3·1운동 과정에서 폭력과 평화의 문제를 좀 더 엄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은정은 올해 각각 문학과 역사학계의 대표적인 3·1운동 연구 저작인 『31일의 밤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과 『1919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을 집중적으로 비교했다. 이 평화의 꿈을 꾸는 다양한 주체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은 운동의 기획과 실행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다. 방법론과 자료, 이야기 구조의 형성 등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비교를 통해 두 책의 의미를 평가한다. 김민환은 총 44개의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전시를 고찰했다. 그는 전시의 구성과 특징을 분석하고 이 특별전들이 대체로 동질적이고 균열없는 민족적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많은 지역 전시들이 중앙 상설전시관 전시물품의 대여에 그치고 있어, 엘리트 중심, 서울 중심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3·1운동의 모습을 시각화할 필요를 제기하고 있다.

 

 

강제동원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역사적으로 살펴본 오늘

흔들리는 한일관계, 위기의 기원과 전망

한일관계는 과거의 기억이 국제관계와 현실 정치의 쟁점이 되는 또 다른 전형을 보여준다.이번호에서는 한일관계의 위기를 각각 청구권 문제와 한일 경제분업의 역사 속에서 분석한 두 논문으로 기획을 구성했다. 오타 오사무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과거사의 문제가 해결 완료되었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다각적으로 분석 비판하면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인만은 1960년대 이래 최근까지 한일 경제분업관계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는 2000년대 이래 한일 간에 새로운 균형과 수평적 분업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하고, 여기에 입각하여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의 향후를 예측했다.

 

 

삼국통일론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된다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삼국통일을 둘러싼 논쟁은 이번호에서도 계속된다. 지난 호에 신라 삼국통일론의 관점에서 전덕재와 기경량의 논문이 실린 바 있었는데, 이번호에는 그에 대하여 김영하와 윤경진의 반론 논문이 수록되었다. 김영하는 신라와 발해의 남북국 병존의 근거로서 백제통합론이 삼국통일론보다 유효할 수밖에 없다는 본인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였다. 윤경진은 전덕재와 기경량의 비판이 실증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통설적 입장에서 기존의 삼국통일론을 옹호한다고 보고, 향후의 논쟁에서는 실증적 논점이 강화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차례

책머리에 · 3·1운동 100주년의 해를 보내며역사와 정치의 긴장 / 이기훈

 

[특집]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는가? ①

· 3·1운동 100주년 연구와 현재의 시선민주주의와 다양한 주체들 / 장원아

· ‘비폭력의 스펙터클을 넘어서3·1운동 100주년의 폭력론 / 백승덕

· 3·1운동 100년의 ·바람박찬승과 권보드래의 3·1운동 서사 / 조은정

·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별전의 지형도 / 김민환

 

[시론] · ‘슬픈가야, 만들어진 가야 / 주보돈

 

[기획 1] 흔들리는 한일관계: 위기의 기원과 전망

· 한일청구권협정 해결 완료론 비판 / 오타 오사무(太田修)

· 한일 경제분업관계의 역사와 대한 수출규제의 의미 / 여인만

 

[기획 2]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④

· 신라의 삼국통일론은 타당한가 / 김영하

· 신라 삼국통일논쟁의 논점과 방향 / 윤경진

 

[역비논단] · 1960년대 이후 식생활문화의 변동과 삼양-농심 라이벌전 / 이휘현

· 인종주의의 역사와 오늘의 한국 / 박진빈

[서평] · 해석에서 해방된 병자호란―『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구범진, 까치, 2019) / 노영구

· 탈이념화된 동아시아 세계의 행방―『조선연행사와 조선통신사』(후마 스스무, 성균관대출판부, 2019) / 박상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