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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통권128호 /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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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9-04 조회수 :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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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 사회에서는 현실의 정치가 역사를 광범위하게 동원하고 있다. 역사의 정치성을 부정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과정에서, ‘동원된 역사들은 역사를 오용하고 남용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동원된 역사들은 현재에 이어지는 우리의 과거를 민주주의와 번영을 향한 대한민국의 일관된 발전 과정으로 묘사한다. 이렇게 절대적 과거, 부동의 역사를 상상하는 것은 이미 역사학의 영역 밖으로 벗어난 것이다. 우리는 항상 특정한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할 수밖에 없고, 기억되지 못한 과거의 단면을 찾아내고 사회적 기억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역사학의 임무 중 하나다. 자신의 방법과 기술만이 과거를 확증할 수 있다는 독선을 실증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실증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거짓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학문의 기본적 윤리를 저버리는 폭력이다.

 

 

역사적변화와 시대구분그리고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하여

1979, 위기와 전환

이번호 특집은 <1979, 위기와 전환>이다. 일부에서는 한국 현대사를 끊임없는 성장의 시대와 문명화의 과정으로 서술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 그런 성공신화가 있을 리 없다.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정치, 외교, 사회, 문화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었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박태균은 1979년 박정희 정권의 성장 중심 경제 정책이 심각한 위기 속에서 경제 안정화 종합시책을 통한 전환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그 역사적 의미를 살폈다. 박정희 정권의 위기는 국제적 변화와 국내 정치와 사회적 저항이 교차하는 와중에 더욱 강화되었다. 카터 외교와 한미관계를 다룬 박원곤의 논문,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을 다룬 이상록의 논문을 교차해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YH노동조합의 신민당사 농성을 다룬 김원의 논문은 여성 노동자의 시각에서 당시를 세심하고 두터운 서술로 재구성하고 있다. 오제연은 1970년대 대학정원의 증가가 일관된 교육 정책의 기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의 압력을 받아 진행되었고, 고등교육의 대중화 또한 혼란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음을 밝혔다.

 

 

삼국통일전쟁인가 백제병합전쟁인가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논쟁의 본격화

지난 126호부터 시작된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기획은 3회차를 맞아 네 편의 논문을 실었다. 전덕재는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에서 신라의 주도성이 분명히 존재했고 통일전쟁의 결과 오늘날 한국 민족의 원형이 만들어진 까닭에, ‘백제병합전쟁이나 ‘7세기 중·후반 동북아시아 전쟁보다는 삼국통일(통합)전쟁이 여전히 가장 합리적인 명칭이라고 강조했다. 기경량은 신라인들이 주장한 일통삼한개념에서 삼한7세기 초 수와 당이 고구려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창출한 표상으로서의 공간 개념이었는데, 이 가운데 옛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 지역이야말로 삼한개념의 핵심 지역이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전쟁 직후인 7세기 말에 보이는 신라의 일통삼한의식은 백제와 고구려 지역을 아우르는 일통 의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논문은 삼국통일에서 신라의 주도성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관점의 연속선상에 있는 만큼, 다른 입장을 가진 연구자들의 반론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여호규는 삼국통일을 전후한 시기 신라 도성의 공간구조 변화를 검토하고, 신라 도성이 당 장안성을 모델로 삼으면서도 통일 이전의 도성 조영 전통을 계승했음을 강조했다. 여호규의 이러한 입장은 중고기 이래 형성되었던 신라 전통의 지배 체제가 삼국통일 이후에 더욱 공고해졌다는 지난호 기획 논문들과 인식상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연식은 의상의 화엄학이 8세기 중반 이후에야 주류적 위상을 차지하고, 선종이 유행하는 9세기 후반 이후에도 그 영향력을 꾸준히 유지했음을 치밀하게 논증했다.

 

 

다시 학문의 영역에서 역사를 논하다

국가정통론의 동원과 역사전쟁의 함정

이번호의 또 다른 기획은 <국가정통론의 동원과 역사전쟁의 함정>이다. 올해 412일에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 3개 역사연구단체가 합동으로 개최했던 학술회의의 발표문들을 논문으로 다듬었다. 홍석률은 역사 교과서 문제를 중심으로 왜 한국 사회에서 정통론적 역사인식이 주류를 이루는지, 이것이 어떤 식으로 오늘날 역사학의 진전을 막고 있는지 분석했다. 이용기는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론의 역사를 21세기 한국 역사학계의 재편과 대한민국 민족주의의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추적했다. 임종명은 초기 이승만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 민주주의적 기반을 파괴하고 있었음을 지적했다. 특히 홍석률과 이용기의 글은 역사전쟁의 와중에 눈 감아왔던 역사학계의 성찰과 자기반성이라는 측면에서 꼼꼼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차례


책머리에 · 역사는 역사다역사의 오용을 경계하며 / 이기훈

 

[특집] 1979, 위기와 전환

· 박정희식 경제성장 정책의 종점으로서 경제안정화 종합시책 / 박태균

· 카터의 인권외교와 한미관계충돌, 변형, 조정 / 박원곤

· 1979년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을 통해 본 한국의 인권 문제 / 이상록

· 1979, 그녀들의 선택YH노동조합 신민당사 농성 / 김원

· 1970년대 후반 대학정원 정책의 전환과 고등교육 대중화 / 오제연

 

[기획 1]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려고 하였을까 / 전덕재

· ‘일통삼한 의식과 표상으로서의 삼한’ / 기경량

· 삼국통일 전후 신라 도성의 공간 구조 변화 / 여호규

· 통일신라 시기 화엄학의 성격과 위상의상의 화엄학은 어떻게 통일신라 불교계의 주류가 되었나 / 최연식

 

[기획 2] 국가정통론의 동원과 역사전쟁의 함정

· 역사전쟁을 성찰하며정사(正史정통성(正統性)론의 함정 / 홍석률

· 임정법통론의 신성화와 대한민국 민족주의’ / 이용기

· 건국절 제정론과 비((()역사성19488월 직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성을 중심으로 / 임종명

 

[시론] · 홍콩을 직면하다대중운동의 민주화 요구와 정당정치 / 샹뱌오(项飚)

 

[역비논단] · 조선사회단체중앙협의회 상설·비상설 논쟁 / 임경석

· 18세기 새로운 부()의 인식과 이재론(理財論)이재운의 『해동화식전』 연구 / 안대회

 

[서평] · 착종된 협력의 경계를 찾는 지난한 작업의 이정표―『지배와 협력일본제국주의와 식민지 조선에서의 정치참여』(김동명, 역사공간, 2018) / 염복규

· 무역으로 재조명된 16세기 한중관계사의 외교적 레토릭, “예의지국―「16세기 한중무역 연구혼돈의 동아시아, 예의의 나라 조선의 대명무역」(구도영, 태학사, 2018) / 조영헌

· 한국에서 쓰는 영제국의 역사―『제국의 기억, 제국의 유산』(이영석, 아카넷, 2019) / 염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