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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 41호 (2019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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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5-30 조회수 :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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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31운동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일제시기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자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현행 헌법에 명기한 역사적 사건인 만큼, 각계각층에서 일찍부터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조직해 전체 사업을 총괄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저마다 31일 또는 그 지역에서 처음 시위가 발생한 날짜를 기하여 일제히 만세시위 재현 행사를 개최했다. 그 모든 시공간에 일반 시민들이 함께 했음은 물론이다. 역사학계를 비롯한 인문사회계열 학회들도 자체적으로 또는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들과 힘을 합쳐 기념 학술대회를 추진하였고, 연구자들도 집필, 강연, 자문, 실무 등으로 제각각 바쁜 시간을 보냈다. 31절은 지나갔지만 100주년 기념행사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31운동 기념이라는 측면에서 2019년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거족적(擧族的)’ 행동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념행사에 나선 개개인의 속마음이 모두 똑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순국선열을 추모하려는 마음만으로 움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동시에 한편에서는 뉴라이트 진영에서 제기한 건국절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확고한 정통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를 만들거나, 새로운 독립운동독립유공자를 발굴해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삼고자 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대다수 학회의 열악한 재정 형편을 생각건대 31운동 기념 학술대회에 몰린 지원금들이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은 틀림없다. 지금도 그러할진대 100년 전 만세시위에 나섰던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같았을까. 어쩌면 우리가 현재 31운동에서 발견하고 되새길 수 있는 가치들은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많고 다양할지도 모른다. 한국역사연구회가 31운동 100총서에 31운동에 대한 기억과 상식이 만들어진 과정을 검토한 연구들을 포함한 것, 역사 3단체(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31운동 기념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정통론으로만 수렴될 것을 우려하며 국가 정통론의 동원과 역사전쟁의 함정학술대회를 개최한 취지도 이와 상통한다. 취지문에 등장한 것처럼, “그 함성은 독립만세라는 하나의 목소리였지만, 또한 저마다의 해방과 인간다운 삶을 열망하는 아우성이기도 했다, “오늘날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이야말로 31운동의 마땅한 계승자들이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한국사학계가 이러한 가치들을 보듬어나가기 위한 연구들에 눈을 돌려야 마땅할 것이다.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이번 역사문제연구41호에 기존의 인식 틀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양한 성과들이 수록된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 먼저 특집 <담론과 주체, ‘80년대를 역사화하기>는 지난 호에 이어 역사학계에서는 아직 생소한 1980년대 연구를 시도한 논문들이다. 특집의 바탕이 된 역사문제연구소 2018년 정기 심포지엄에서는 <1980년대, 혁명과 자본의 시대>라는 주제 아래 8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80년대를 역사의 심문 대상으로 삼아 “80년대를 착취해 오늘의 현실을 정당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겠다고 천명한 초대의 글에도 드러나듯이, 독재정권과 민주화운동의 대립을 주축으로 삼는 기존 틀과 다르게 접근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정상 4편의 글만 실렸지만, 혁명의 시대로 기억되는 1980년대를 정치사운동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당대의 다양한 담론과 실천들에 주목했음을 전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먼저 옥창준은 「이론의 종속과 종속의 이론」에서 진보학술운동의 전유물로 생각되어온 종속이론이 사실은 제도권 사회과학계에서도 필요에 의해 수용되어, 혁명론보다는 발전론으로 전유되었음을 지적했다. 박치현은 「1980년대의 자기기술」에서 한국현대사에서 국민시민을 압도하는 핵심적인 정치 주체 개념으로 자리매김한 시기가 1980년대라는 가설 아래, 이 시기 민중’, ‘중산층’, ‘중민’, ‘시민등 사회를 지칭한 여러 호칭들 간의 상호 관계를 추적하였다. 이봉규의 「1980년대 경영담론의 변화와 새로운한국사회」는 운동을 중심으로 1980년대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1980년대는 자본의 성장이 두드러진 시기이기도 했으며, 노사협조주의를 도입한 경영 담론이 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약화를 가져온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한빛은 「노동운동 시대의 탄광 재현」에서 1980년 사북사건이 노동운동으로 의미화되면서,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의 기대를 담아 그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생산했음을 밝혔다. 이러한 글들이 나오게 된 경위와 기획의도에 대해서는 특집 앞의 소개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오랜만에 수록된 집담회 코너에서도 고민은 이어진다. 집담회는 당장 논문으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사회 현안에 대한 역사연구자들의 젊은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지면으로서, 41호에는 「한국근현대사는 대중 속에서 어떻게 서식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역사 대중화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이야기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보편화되면서 한국사 시장이 활성화되는 한편 한국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학계가 그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에서 시작되었다. 주로 개설서를 통해 대중과 만나온 학계의 방식은 영화팟캐스트유튜브 등 다양한 시청각 매체에 친숙한 세대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국근현대사 개설서에서 기존의 거대서사를 반복재생산한다는 데 비판의 초점이 모였다. 연구 성과를 골방의 자기위안으로 사장시키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어려운 문제에 지혜를 모으기 위해, 연구자, 교사, 출판사 편집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주셨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역사문제연구』의 간판 기획인 저작비평회에서는 송은영의 『서울 탄생기』(푸른역사, 2018)를 링 위에 올렸다.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를 몰고 온 이 책은 학술적 대중서에 대한 일반의 수요를 여실히 증명함으로써, 역사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저작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서울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나온 1960~70년대의 갖가지 상황들을 당대인의 다양한 기억과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이 생생하게 추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아울러 문학과 역사학이라는 정형화된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방법론을 구사한 덕분에, 사실과 재현 사이의 긴장, 그 속에서 연구자(서술자)의 위치에 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나눴다. 역사쓰기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역사가의 사관을 토대로 사실을 재현하는 작업이라고 한다면, 역사학이라는 분과학문에 속한 사람들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연구논문으로는 5편의 글이 실렸다. 황성신문사의 성립과 신문사 초기 구성원의 결집 양상(문일웅), 국사와 동양학 사이의 좁은 틈(정준영), 한국전쟁 직전 조선인민군의 인적 구성과 북한의 통일전선 재편(김선호), 학교의 문턱, 의무교육제도의 도입과 장애아교육(소현숙), 밑으로부터의 냉전’, 그 연쇄와 환류(허은), 5편은 유난히 심사 탈락 논문이 많았던 이번 호에서도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록된 논문들이다. 역사문제연구만의 색채는 편집위원회가 주관하는 특집기획, 저작비평회, 집담회 등을 관통하지만, 미리 투고를 예측할 수 없는 일반 연구논문이 다시금 그 빛깔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기에 늘 기대가 되고 감사할 따름이다.

최근 지속된 경향이긴 했지만 역사문제연구41호는 한국현대사 특집호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해방 이후를 다룬 글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1960~80년대에 집중된 것은 한국사학계에서도 연구의 대상 시기를 최근에 가깝게 내려오려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편집위원장이 한국근대사 전공자라서 생긴 사심이기도 하지만, 역사문제연구가 다양성과 균형을 추구한다면 근대사의 비중이 적은 것이 아쉽기는 하다. 강호제현의 많은 관심과 투고를 부탁드리며, 수준 높고 충실한 기획과 심사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 (이정선)

 

목차

 

특집: 담론과 주체, ‘80년대를 역사화하기

옥창준, 이론의 종속과 종속의 이론 1970년대 중반~1980년대 한국 사회과학 학계와 종속이론

박치현, 1980년대의 자기기술 - 민중, 중산층, 중민, 시민

이봉규, 1980년대 경영 담론의 변화와 새로운한국사회

이한빛, 노동운동 시대의 탄광 재현 - ‘사북사건이후 탄광소설을 중심으로

 

저작비평회

문학으로 역사쓰기 현대도시 서울의 공간과 사람들

송은영, 『서울 탄생기 1960~1970년대 문학으로 본 현대도시 서울의 사회사』, 푸른역사, 2018.

 

연구논문

문일웅, 「황성신문사의 성립과 신문사 초기 구성원의 결집 양상」

정준영, 「국사와 동양학 사이의 좁은 틈 -경성제국대학과 식민지의 동양문화연구’」

김선호, 「한국전쟁 직전 조선인민군의 인적 구성과 북한의 통일전선 재편」

소현숙, 「학교의 문턱, 의무교육제도의 도입과 장애아교육 - 해방직후1960년대를 중심으로」

허 은, 「밑으로부터의 냉전’, 그 연쇄와 환류 - 19571963년 미국의 동아시아 냉전 전략 전환과 한국 군부의 대민활동(civic action)’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