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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2016 전국역사인대회 시국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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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11-14 조회수 : 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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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역사적 순간에 마주해 있다. 역사를 기록하고 가르치며 배우는 우리가, 분노와 비탄, 수치와 모멸을 넘어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행동의 시간에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안다. 역사적 변화의 순간이 에스컬레이터처럼 기다리면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은 참담함을 분노로, 분노를 행동으로, 행동을 연대로 바꾸어 가야할 바로 그 때다.

시민들의 분노는 더 이상 박근혜 정권의 존속을 용인하지 않는다. 지난 11월 5일 20만의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에 참여했다. 그 전날 박근혜는 모든 책임을 최순실 한 사람에게 돌리는 기만적인 대통령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부정과 비리, 협잡, 강탈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는 이 모든 사태의 배후이며 책임자다. 박근혜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라 수사의 대상인 피의자에 불과하다.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도덕, 그리고 반민주적 행태는 이미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인권은 수없이 침해되었다. 남북관계는 파탄에 이르렀으며, 경제는 끝없는 나락으로 침몰하고 있다. 시민의 기본적인 생명과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기구는 신뢰를 잃었다. 모두가 박근혜와 그 가신들이 권력을 남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채우기 위해 벌어진 일들이다. 그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난 이 마당에 박근혜 정권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부당하게 점거하고 있는 그 자리를 이제 내놓아야 한다.

현대사에서 정당성을 부정당한 정치권력의 말로를 보라. 폭력에 의존해 독재를 유지하던 이승만은 4.19 혁명으로 물러났다. 유신체제로 영구 집권을 꿈꾼 박정희는 부마항쟁의 회오리 속에 암살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군사독재를 연장하려던 전두환의 시도를 6월 항쟁은 직선제로 바꾸어냈고, 결국 그는 반란과 살인죄로 법정에 서야 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부패한 권력을 무너뜨린 민중 항쟁의 역사가 있다.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 우리는, 이 모든 교훈을 뚜렷이 후대에 전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모든 학자와 교사,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권력의 폭압과 여기에 대한 저항의 역사는 감추고, 거짓 성공의 신화를 가르치려 한다. 우리 역사 연구자들은 결코 이런 허위와 폭압을 용서할 수 없다. 공적인 정부로서 최소한의 기능조차 수행하지 못한 박근혜 정권이 만든 국정 역사 교과서를 누가 신뢰할 것인가? 잉태할 때부터 괴물이었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된다.

역사는 기억의 학문이다. 역사 연구자로서 우리는 진실을 찾고, 기록하며, 기억하려 한다. 오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태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을 물어 처벌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 스스로 비리를 저지른 정권에게 이 막중한 임무를 맡길 수 없다. 이미 박근혜 정권은 죽은 정권이다. 따라서 우리는 주장한다.


박근혜는 모든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라!
피의자 박근혜를 구속 수사하라!
박근혜 정권의 모든 비리를 엄정하게 조사하라!
반민주 국정 교과서를 완전히 폐기하라!


2016년 11월 12일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생태환경사학회



* 본 성명서는 11월 12일 '2016년 전국역사인대회'에서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생태환경사학회 공동선언으로 발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