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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70주년 연속기획: 해방(2015.4-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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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5-07-16 조회수 : 10,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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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70주년 연속기획>


해방


70년 전 8월 15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이 끝났다. 폭력적인 지배를 받으면서도 결코 끊이지 않던 새 사회에 대한 열망은 사슬이 풀린 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기쁨 속에서 수많은 가능성들이 창조된 시공간, 그것이 해방이었다. 물론 해방의 시공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미소 양군에 의한 분할점령, 그 구조 속에서 폭력화된 갈등, 그리고 전쟁. 현재까지 이어진 그런 역사 속에서 해방은 좌절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방이 기억되고 있는 한,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는 한, 해방의 과정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할 해방이란 누구의 어떤 해방일까? 해방을 은연중에 ‘한국(인)’의 해방으로만 생각할 때, 해방의 시공간이 지녔던 횡단적 역동성은 사라지고 만다. 해방을 일본에서 맞이한 한국인들, 한국에서 해방을 맞이한 화교들에게 해방은 어떤 경험이었을까? 오키나와나 대만에서 해방은 무엇을 가져왔을까? 해방이 새로운 ‘우리’가 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처럼, 해방을 기억하는 작업 역시 새로운 ‘우리’를 향해 다른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역사문제연구소에서는 해방 70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다시 해방을 모색하기 위해, 해방을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에 걸쳐 강좌, 영화와 포럼, 평화기행, 답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참여를 부탁드린다.


1. 세미나: ‘해전사’ 다시 읽기

‘해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힘을 지녔던 시기가 있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해방 몇 주년’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출간되어 80년대 내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이번 <세미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중심으로 주로 80년대에 형성된 ‘해방’에 관한 텍스트들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거기서 ‘해방’이 어떤 문체로 서술되며 어떤 의미들의 연쇄를 만들어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 텍스트들이 등장하게 되는 시대적인 맥락도 동시에 고려하기는 하지만, 한 시대를 보여주는 ‘증거 자료’로 그 텍스트들을 보기보다 오히려 그 텍스트가 시대에 개입한 힘을 그 텍스트 자체에서 읽어내려는 작업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하는 ‘역사 서술’이라는 행위의 가능성을 ‘실증’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기도 하다.

일정: 4월~8월 *매월 첫째 주 금요일(변동 가능)
문의: 후지이 다케시(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


2. 답사: 해방의 마을로

서울 남산을 가운데 두고 식민통치의 중심지와 해방 이후 조성된 ‘해방촌’이 존재하고 있다. ‘해방촌’이란 이름은 해방 이후,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월남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붙여진 것이다. 다시 말해 남산 일대는 식민과 脫식민의 양태가 여러 가지 결로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남산 일대의 여러 장소를 돌아보며 식민지로부터 해방에 이르는 여정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남산을 둘러보는 길 위에서는 식민지의 역사를 마주하게 될 것이고, 더불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던 ‘해방’을 직접 경험하며, 이 경험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되었는지 되새겨보게 될 것이다. 1945년 해방은 무엇을 남겼는가? 남북한으로의 분단된 역사 속에서 이곳에 조성된 해방촌은 어떤 의미의 해방을 담아냈는가? 이 질문에 접근함으로써 우리는, 해방 70주년을 맞이한 지금이, 새롭게 해방을 추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일시: 7월 4일(토) 14시 출발
일정: 충무로역 4번 출구 → 통감관저 터 → 조선총독부 터 → 노기신사 터 → 경성신사 터 → 조선신궁 터 → 해방촌 일대


3. 해방 70주년맞이 평화기행

올해 2015년은 해방 70년을 맞는 해이다. 하지만 해방 70년은 곧 분단 70년이기도 하고, 전쟁과 분단체제로 인한 고통의 세월이기도 하다. 올해는 분단을 종식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해이어야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와 국내의 정치상황은 이에 역행하는 암울한 상황을 낳고 있다. 남북의 대결국면은 군사적인, 정치적인 대결이 강화되고 있으며, 남한의 정권은 외세의 지배가 강화되는 가운데 주권국가로서의 면모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른 한반도 민중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모여서 학술회의와 평화기행을 갖고자 한다. 4일간의 행사로 모든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분단체제가 낳는 정치적, 사회적 현상들을 짚어보고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한 방향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학술회의와 분단, 평화기행의 연계는 단지 말로만이 아니라 현장성을 가미한 행사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보장할 것이다.

주관 역사문제연구소∥참여연대∥인권재단 사람∥ASCK(The Alliance of Scholars Concerned about Korea)
일정  2015년 8월 8일(토) ~ 11일(화)
장소  8일 서울 학술회의; 참여연대 강당 / 숙박: 경복궁 근처 게스트하우스
      9일 평화기행 1일차; 안산, 서울 / 숙박: 경복궁 근처 게스트하우스
      10일 평화기행 2일차; 철원, 화천 / 숙박: 철원 두루미 평화관
      11일 평화기행 3일차; 의정부, 동두천
** 평화기행에 대해서는 추후 따로 보도 자료가 나갈 예정입니다.


4. 강좌: 주변에서 바라 본 해방

해방이란 어디에나 있고 또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해방의 이러한 속성에 대한 무감각이다. 해방이 배타적인 소유물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해방의 모습들이 경계선 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해방이 마치 경계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처럼 인식되면서 해방의 상상과 그 상상의 실현이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 것이다. 이 무감각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누구의 해방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주변’을 감각하다보면 경계가 먹어버린 가능성이 발견될 수 있고, 그 발견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키나와, 화교, 재일조선인처럼 주변으로 인식되던 곳에서의 해방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해방은 어떤 상상을 가능하게 할까? 그 상상을 통해 우리는 어떤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해방을 감각하는 것이 바로 해방을 위한 방법인 것이다.

오키나와: 7월 13일(월), 역사문제연구소 ∥ 강사: 모리 요시오(森宣雄, 성토마스대)
화교: 8월 7일(금), 역사문제연구소 ∥ 강사: 왕은미(王恩美, 대만사범대)
재일조선인: 9월 중(미정), 역사문제연구소 ∥ 강사: 이성(李誠, 한신대)


5. 영화와 포럼: 해방과 제국의 잔영

제국의 시대에도 해방의 가능성은 다양한 형태로 분출한다. 그런 한편 해방 이후에도 제국의 잔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방과 식민이라는 두 역사적 축이 서로 교차하는 양상을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해방의 가능성과 제국의 잔영이 교차하는 양상을 몇 편의 영화를 통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1945년 7월에 ‘친일영화’ <사랑과 맹서>를 공개한 최인규는 1946년에 ‘광복영화’ <자유만세>를 만들었다. 이 당혹스러운 널뛰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제국으로부터 삶을 ‘빌려온’ 한 개인은 해방 이후에 어떤 삶을 살면서 해방을 받아들였을까? ‘토오상(아버지)’이라는 일본어처럼 발음되는 <多桑>(우녠전, 1994)을 볼 것이다. 그렇다면 제국의 중심지였던 일본에서는 패전 이후 어떤 삶들이 이어졌을까? 그리고 그 삶들을 옭아매던 제국의 잔영은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가? <돼지와 군함>(이마무라 쇼헤이, 1961)을 보고 이를 생각해 보자.

한국: 7월 18일(토), 역사문제연구소
영화  《사랑과 맹서》(최인규 감독, 1945) 《자유만세》(최인규 감독, 1946)
강연  정병욱(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타이완: 8월 29일(토), 역사문제연구소
영화  《多桑》(우녠전 감독, 1994)
강연  백지운(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일본: 9월 20일(일), 역사문제연구소
영화  《돼지와 군함》(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1961)
강연  히라사와 고(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