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연구소 회원 여러분께
정병욱
안녕하십니까.
지난 2월 26일 총회에서 새로 연구소장으로 선임된 정병욱입니다.
무엇보다 그간 연구소를 이끌어주신 이용기 소장님, 황병주 부소장님을 비롯한 전임 집행부에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연구소에 와보니 연구반도 사업도 많이 늘었더군요. 그동안 집행부의 노고를 실감했습니다만, 제가 이어받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간 쌓아온 연구소의 역사에 흠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역사문제연구소는 “역사의 흐름에 대한 제 문제를 공동 연구하여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그 성과를 일반인에게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1986년 2월 개소했습니다. 『역사비평』 1집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1980년대에 비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2020년대는 ‘올바름’에 대한 집단적 확신을 상실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왜 모여 있고 무엇을 하려는지 공감대가 뚜렷하지 않다’는 전임 소장님 퇴임의 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아직 많은 연구소 식구들과 얘기해보지 못했지만, 각자 생각하는 연구소가 다르고 그에 따라 연구와 실천의 빛깔도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 저마다의 ‘올바름’이 있을 겁니다. 저는 우리가 각자 다르지만 가는 방향은 비슷하다고 믿습니다. 길 없는 길을 연구해서 가보고 그 깨달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증여함으로써 구성원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것이겠죠. 요새 부쩍 공자가 강가에서 말했다는 ‘밤낮으로 그침이 없구나’(逝者如斯夫 不舍晝夜)를 되새겨 봅니다. 각자의 방울방울 연구와 실천이 모여 하나의 물결을 이루고 밤낮없이 흘러 흘러 역사를 만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서로 비판하고 격려하며 함께 만들어갑시다.
제가 소장으로서 처음 맞이한 3월이 몹시 어수선합니다. 날씨도 변덕스럽고 코로나바이러스도 기세가 꺾이지 않아 행사나 회의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3월 25일
정병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