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연구소

활동
  • 강좌
  • 역사문제연구소는 다양한 주제와 열린 토론 속에서 전문연구자와 일반 시민이 함께 역사를 고민할 수 있는 강좌를 마련합니다. 창립 이래 연구소는 진보적 학문연구의 성과를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으며, 연구작업이 역사연구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대중활동에 주력해 왔습니다.

    1987년 9월 ‘한국사교실’을 시작으로, 역사문제연구소의 강좌는 당대의 사회적 쟁점에 대응하는 주제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사교실’은 온라인 교류가 없던 시절부터 역사인식의 대중화와 민주화를 위한 중요한 창구로 기능했습니다. 강연을 토대로 한 단행본이 기획 출판되기도 하였으며, 참가자들은 ‘바른 역사인식과 실천을 위한 모임(바실모)’과 같은 모임을 결성, 매주 공부모임을 진행하며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역사문제연구소의 강좌는 매해 새로운 주제와 기획으로 마련되며, 다양한 세대의 연구자 및 시민들이 함께 호흡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역사 강좌를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 함께 강좌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합니다. 언제든 여러분의 제안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 역사기행
  • 역사문제연구소는 근현대 역사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현재적 의미를 살피는 역사기행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실시합니다. 강화도 답사에서 시작된 역사문제연구소의 ‘역사기행’은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 다양한 문제의식을 지닌 연구자들과 함께 진행되어 왔습니다.

    역사기행은 새로운 차원에서 역사적 공간을 바라보고, 나아가 공간에 얽힌 ‘역사’의 의미를 물으며, 그 시공간을 채워 온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려 합니다. 함께 걸어갈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 토론마당
  • 역사문제연구소에서는 매년 2∼4 차례 비정기적으로 토론마당을 열어 역사학과 인접 학문 분야의 주요 쟁점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토론마당은 단지 아카데미즘 안에서만 전개되는 토론을 지양하고 학술적인 쟁점과 논의들과 현실 사회와의 고리를 마련할 수 있는 가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토론마당에 역사 연구자만이 아니라 시민 여러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 특별기획
  • 역사문제연구소는 2013년 정전 60주년 특별기획 “역사, 평화를 이야기하다”를 시작으로, 특별주제 아래 세미나, 영화상영회, 역사기행,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연속기획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보다 많은 이들과 역사를 고민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2014년에는 베트남 파병 50주년 행사 “베트남 전쟁, 다양한 경계 넘기”를, 2015년에는 해방70주년 연속기획 “해방”을 진행했습니다. 2017년에는 연속기획 “혁명”이 진행됩니다.

  • 기획모임
  • 역사문제연구소는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우리 역사와 현실 속에서 회원 여러분과 함께 인식하고 고민해보고자 하며, 이를 위한 여러 형태의 모임을 기획하고 지원합니다.

    모임은 역사연구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나고 공부하고 토론하는 장입니다. 책과 영화도 함께 보고, 대화도 나누며 사람들을 알아가는 모임의 자리는 모든 분에게 열려 있습니다.

2018 기획강좌 강사인터뷰 : 굿바이 판문점, 분단의 역사적 의미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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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9-27 조회수 : 7,792

본문

2018 기획강좌 강사인터뷰

굿바이 판문점, 분단의 역사적 의미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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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세요. 먼저 어떤 분야를 연구하시는지 중심으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강사진이 8명이나 되니 북적북적합니다. 따라서, 먼저 북한사팀 4명의 답변입니다.)

 

김선호 : 한국현대사 전공자이며, 북한현대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편집자 주-<<조선인민군연구 : 창설과정과 통일전선>>(2016)입니다 ;) ) 한국현대사 중에서도 특히 북한현대사·한국전쟁사·냉전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김재웅 : 북한 사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일반 대중들의 관점을 통해 북한사를 재구성하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20187월에 발간된 저의 책 <<북한체제의 기원 인민 위의 계급, 계급 위의 국가->>(역사비평사)도 사회사적인 관점에서 씌어졌고, 앞으로도 명망가나 유력 정치인들의 시각 보다 일반 대중들의 시각을 통해 북한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박창희 :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의 역사,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주의 북한의 역사를 연구합니다. 사회주의는 해방 이전 식민지시기 항일독립운동부터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습니다. 물론 해방 이후 남과 북 모두에서 사회주의세력은 주요 정치세력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사회주의세력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사회주의를 빼고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남한의 역사를 연구할 때 자본주의를 빼기 어려운 점과 마찬가지겠지요.

 

이세영 :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사를 전공하고 있구요. 주로 인민들의 삶과 생각을 복원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1950년대 북한 노동자 문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북한 사회와 문화 형성을 밝혀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민들의 역사상을 그려보고자 시도중입니다.

 

 

(이어서, 남측(?) 4명입니다!)

 

이정은 : 한국 현대사 전공자 이정은입니다. 주로 1950년대~1970년대 재벌의 성장과 국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경제사라 부를 수 있는 영역을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봉석 : 한국현대사를 공부합니다. 처음엔 주로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문화사 등에 관심이 더 갔습니다. 저의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이 한국에 보냈던 원조에 대한 것인데, 이것이 돈뿐만 아니라, 구조적·문화적으로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근현대라는 구분이 1940년대, 50년대라는 전환기 시대를 잘못 이해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며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홍정완 : 저는 주로 해방 이후 한국 우파 지식인의 사상과 활동을 전공하는 한국현대사 연구자이지만, 근현대 사상사(思想史)를 아우른다고 강변하고 있으며, 지난해 무려 11년의 고전 끝에 박사학위를 마쳤으면서 참신한 신진연구자라고 우기는 홍정완입니다.

 

이상록 : 안녕하세요. 한국현대사를 전공하면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록이라고 합니다.

 

저의 주된 연구주제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거슬러 읽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독재는 나쁜 것,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으로 한국현대사를 해석해온 기존의 이해 방식에 대해 딴지를 거는 작업을 진행해왔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민주주의는 역사 속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해왔는가, 그동안 민주주의라고 이름 붙였던 것들이 정말 민주적이었는가,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타자들을 억압하거나 배제하는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았는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간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최근 제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주제 중 하나는 경제적 인간(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역사성에 대한 것인데요. 민주주의의 주권자인 민(demos)이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들로 바뀌고, 이 경제적 인간들이 기회의 평등 아래 더 많은 부와 더 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자유롭게 경쟁할 때 과연 그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2. 다양한 주제를 전문분야로 삼는 현대사 전공자 8인이 모였네요.  

다들 어떤 계기로 그걸 연구하게 되셨는지 그 이유, 혹은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선호 : 현대사의 분단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어 북한현대사와 한국전쟁사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노획한 북한문서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김재웅 :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에 관련된 자료들의 입수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방대한 북한자료가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사편찬위원회를 통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자료들을 입수하고 전율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역사학자들에겐 행복하게도 자료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북한사 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자료들이 유입되면서 북한 대중들이 남겼던 많은 자료들을 수집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세영 : 북한사를 전공하기로 한 것은 대학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친하게 지낸 대학 선배들이 민족 문제에 관심이 많더라구요. 그들의 관점과 방식에 100퍼센트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제 나름대로는 민족 문제, 통일 문제 등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러다보니 그만 북한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사 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사회의 기층을 이루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갔던 개개인들, 역사 속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갑남을녀들을 어떻게 하면 조명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런데 이건 남한사 연구에서도 쉽지 않을 일인데 자료가 부족하고 제한적인 북한사 연구에서는 더 어렵더군요. 그래서 일단은 그 대안으로 집단적 주체가 되는 노동자를 살펴보았고, 나아가 노동자, 농민 등을 아우르는 북한 인민의 형성, 그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요소 들을 밝혀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박창희 : 대학교에 진학할 때 주저 없이 사학과를 선택한 것은, 그리고 고대사를 공부하고 싶었던 것은 고등학교 국사선생님으로부터 민족주의 사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근데 이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80년 광주항쟁의 역사를 비롯한 해방이후의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민족모순, 분단모순, 계급모순 이런 말들에 익숙해졌습니다. 나아가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조국’(당시엔 이렇게 생각^^;)인 북녘의 나라에 대해서 눈길이 가더군요. 아무튼 계기는 이렇습니다. 일단은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한 만큼 노동자 혹은 노동계급이 어떻게 존재했는지 궁금했고, 그걸 석사논문으로 썼습니다. 박사과정 중엔 사회주의의 세계사적 차원의 전개과정을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상하고 괴상하고 불가사의하고 폐쇄적인나라로 알려진 북한이, 사실은 사회주의라고 하는 세계사적 보편성 속에 건설되고 변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동시에 혼자가 아닌 다른 북한사·소련사 전공 선생님들과 함께 세미나, 북한사료강독, 연구발표회를 통해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북한사 연구자들은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 북한사연구반에 모여서 활동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주세요^^)

 

 

이상록 : 제가 학부 시절에 읽었던 한국현대사에 대한 책들은 온통 군부독재의 악마성을 폭로하고 민주세력의 정의로움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춘 책들이었습니다. 그같은 인식이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분명 큰 기여를 해왔고, 여전히 교육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점에는 저도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1945년 이후의 한국현대사를 살펴보면, 단기간 동안 매우 급격한 사회 변화가 있었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들의 삶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양상으로 존재해 왔는데, 기존의 이분법적 인식은 역사를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제 연구여정에 대해 역사문제연구소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2006년에 처음 역사문제연구소와 연을 맺은 후 선후배 연구자들과 함께 자료를 읽고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한국현대사를 새롭게 이해해보자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습니다. 2010년에 개최된 역사문제연구소 정기심포지움(‘4.19에서 5.16으로, 그 전환의 역사를 재해석한다’)에서 저를 포함한 당시 신입 연구원들은 4.19혁명과 5.16쿠데타라는 양 극단 사이를 가로지르는 연속성과 단절성의 의미에 대해 공동으로 문제제기를 해보았습니다. 2012평등과 불평등의 역설, 유신체제를 묻는다심포지움에서는 억압적 독재체제로만 해석해왔던 유신체제를 사회문화사적 맥락에서 재해석해보려 했습니다. , 유신과 긴급조치라는 억압의 이면에서 다양한 대중의 욕망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자유의 제한과 억압의 평등성 아래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음을 드러내보기도 했습니다. 심포지움이 끝나고 함께 준비했던 연구원들이 1960~70년대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여러 연구자들과 함께 ‘60-70연구반을 결성해서 꾸준히 세미나를 유지해왔습니다. ‘60-70연구반한국 자본주의의 역사 다시 보기를 주제로 연구를 해왔고, 최근에는 남과 북, 그리고 아시아를 주제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봉석 : 저는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미관계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우선 석사 및 박사 때 여러 대학에서 청강을 했는데, 당시의 화두가 1945년 이후 미국 및 미군정 시기였으므로 이때 자연스럽게 한미간의 여러 이슈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석사논문 주제로 ‘지역사회개발사업’을 선택한 이후에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문서에 있는 내용이 현장에서 구체화되는 것은 결국 현지인, 즉 우리의 자료를 통해 드러나는 것인데, 한국사에서 50년대–60년대 초 남아 있는 문서 등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실제 사업이 시범적으로 이뤄진 지역들을 발로 찾아다니면서 실제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주민들에게 묻는 것 밖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당시 국사편찬위원회의 사업에 기대 간신히 이 구술작업들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미국 메릴랜드의 국립문서보관소를 갈 기회도 생기고, 미국 내 여러 사료 소장처 등을 돌면서, 결국 한미관계 중 ‘원조’라는 분야로 최종적으로 박사논문을 작성하게 된 듯 합니다.

 

이정은 : 양적으로 빠른 성장을 달성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많은 모순을 내재하고 있는 한국자본주의의 현실을 인식하며 지금의 연구로 내딛게 되었습니다. 다만 기업 내부 자료 접근에는 한계가 있는 고로, 한국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활동 자료라든지, 재벌의 성장을 뒷받침한 국가 정책과 이를 추동하는 기업의 목소리가 담겨진 정부(국가기록원 소장) 자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와 긴밀히 관계 맺으며 관련 기록을 남긴 미국이나 일본 정부 등의 해외 사료를 탐구하기도 합니다.

 

홍정완 : 저는 근현대 우파 지식인의 이념과 사상 계보를 비판적으로 해부해보겠다는 작지만 큰 열망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역사공부에서 부여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작지만 큰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출발선상에서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한국 근현대 사상의 지형과 계보를 차근차근 해독하고, 그 속에서 식민지, 분단과 전쟁을 겪는 가운데 남한 자본주의 체제 건설을 주도하거나 변호했던 그들의 사상에 대한 역사적 비판 작업을 지속해보려고 합니다.

 

 

 

 

3. 이번 강좌의 제목을 보면 분단의 역사적 의미를 묻는다고 하는데, ‘분단70이 만들어 놓은 난관과 풀어야 할 과제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짚어보는 것의 의미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요? 굳이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를 알아봐야 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요?


 

홍정완 : 지난 봄 판문점선언을 목도하고, 최근 평양선언이 채택되는 과정을 목도하면서 역시 역사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치가 열어가는 새로운 길은 결국 역사의 시간과 길항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볼 수 있듯이 남한 사회에는 분단70년의 역사적 두께로 인해 새롭게 열어갈 평화-협력의 길은 수많은 안팎의 저항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김선호 : 현재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분단문제는 대부분 피부로 와 닿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현대사를 돌이켜보면, 분단문제는 현재까지 우리의 삶에 알게 모르게 중요한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이번 강의를 통해 분단문제가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재웅 : 요즘 많은 사람들이 통일문제를 민족적 당위성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 성취라든지 개인적 이해관계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통일에 찬성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통일에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시키고자 통일 비용분단 유지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논리가 부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역사연구자들이 우리들의 전문 영역에서 나름대로 분단체제의 극복과 통일이 왜 필요한가를 이야기하는 유용한 기회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창희 : 역사를 전공하면서 정말 곤란한 점은 역사적 의미나 의의, 그리고 현재적 의미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북한사 전공자로서, 해방-분단-전쟁-극단의 대립으로 이어져 온 한반도의 역사가 안타까운 것은 당연지사,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희생된 삶과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움은 적대적 남북관계가 평화로운 관계로 변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어집니다.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해 분단 70여년이 만들어 놓은 난관을 역사적인 관점으로 짚어보는 것은, 문제해결의 실마리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 2018년 평창올림픽과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북녘의 사람들이 갑자기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같은 동포인 듯, 동포 아닌, 동포 같은북한 사람들이 어떤 지식·사상·의식· 감정·정서·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를 존중하는 태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그 정도(正道)이자 지름길 중의 하나이지 싶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냉정하게 말하면 남한 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맹목적인 반공주의와 혐오의 감정 때문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세영 : 굳이 역사적인 관점에서만 알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분단 70의 과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려는 사람들이라면 그에 맞는 여러 관점들을 알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관점도 있을 수 있고, 사회적 관점도 있을 수 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고, 또 더 늘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역사적인 관점이란 그런 다양한 관점을 쌓아올리기 위한 기초작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맥락있는 사람을 만들어준달까요... 북한 연구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 체제, 북한 인민을 툭 띄어놓고 보면 여러모로 이질적이지요, 이해도 잘 안 갈거구요. 맥락이 없으니깐요. 맥락이 없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예상하고, 어떤 대비를 해야 할 것인지도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맥락을 잡아주는 작업, 저는 그게 역사적인 관점을 갖고 현상과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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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두 분은 기획자로 여러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이 강좌를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었는지 계기, 그리고 전체 취지를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어요?

 

박창희 : 애초에 이 기획은 작년 하반기, 그러니까 올해의 정세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단 70주년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북한역사로만 강좌를 꾸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급변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정세의 변화에 따라 남북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는 역사문제연구소 사업위원회 선생님들의 공감대가 만들어져 현재의 기획으로 성사되었습니다. 정세를 보면 관심도가 높아져서 많은 분들이 오시리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만, 현실은 어떨지요

   

홍정완 :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을 맡으면서 사업위원회의 강좌 기획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취지의 원본은 판문점선언 이후 종전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내다보는 거대한 역사적 변동의 굽이에서 분단70을 되짚는 때늦은 부엉이들! ‘분단70을 역사적으로 조망하여, 그 현재적 의미를 새기고 평화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갈 감각의 조각들을 모아보자!! 신진연구자를 중심으로, ‘분단70역사의 현재적 의미를 살피고, 난관과 과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전망하는 연속 강좌라는 거였죠

 

들여다보면, 1강과 8강이 기원역사쓰기로 짝을 이루고요. 중간에 경제구조, 사람들, 문화를 살피는 순서가 있습니다

 

신진연구자라고 하니 전원 40대라서 대체 언제부터 언제까지 신진인거냐고 하는 반발도 (특히 사무국에서) 있었죠. 박사학위를 취득한지 얼마되지 않았거나 집필중, 혹은 집필한지 된 분도 계십니다만, 대부분 연구원이나 연구교수로서 계약을 반복하면서, 논문을 계속 생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아득바득 살고 있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름으로는 전위에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8명의 날선(?) 문제의식을 죽 들어보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5. ‘분단70과 경제, 사람들, 문화, 그리고 기원과 역사쓰기... 정말 큰 키워드들인데요. 이런이야기들을 각자 어떻게 풀어가시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8명 강사 선생님들 모두, 이번 강의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다루려 하시나요? 그 이유는요?

 

 

김선호 : 지금까지 분단과 전쟁의 기원문제는 그 책임을 묻는 데 집중되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냉전질서의 구축 속에서 한반도의 내부적 대립을 중심으로 분단과 전쟁의 기원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김재웅 : 해방 후 북한지역에서 있었던 토지개혁 이야기를 다루려 합니다. 다행히 북한 유력인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남긴 토지개혁에 관한 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그 글들은 자서전의 형식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토지개혁에 대한 연구는 정치인·경제인 등 유력인사들이 남긴 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제는 토지개혁의 직접적 대상이 되었던 일반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그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정은 : 흔히 한국경제사를 떠올릴 때, 일차적으로는 급속한 성장과 그 성장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서 한국 정부의 정책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요, 이번 강의에서는 조금 방향을 달리하여 대외 환경, 그 중에서도 한국이 처했던 특수한 분단상황을 중심에 두고 살펴보려 합니다. 한국의 경제 운영과 방향 설정에 있어 분단이 끼친 실질적 영향과 파급 효과 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한국경제사의 궤적을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해보자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목표는 일단 거창하게!) 갈등일로였던 남북관계가 우리들의 경제생활과 직접 관계 맺어왔던 지점들을 짚어보는 한편, 더 나아가 평화롭게 더불어살아갈 앞으로의 방안을 모색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록 : 저는 이번 강의에서 남한이 북한을 적대시하고 혐오해온 역사를 마치 지구 밖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냉정하게, 그리고 낯설게 조명해볼까 합니다. 이 강의에서 저는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서 구축된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논리가 아닌 감정의 차원에서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적대와 혐오라는 집단감정은 어떤 계기 속에서 형성되고 증폭되며 전이되고 확산되었는가. 그러한 감정의 요동은 누구에 의해 주도되었고, 어떠한 재현 속에서 자극되어 왔는가. 그러한 적대와 혐오의 감정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집단정체성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가 등의 문제들을 이번 강의에서 다채롭게 다룰 것입니다.

 

평화와 화해, 교류와 협력의 새 시대를 맞이하는 첫걸음은 분단시대에 대한 역사적 성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성찰의 시선은 국민국가의 밖, 아니 더 멀리 지구 밖에서부터 응시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성찰의 방식은 분단시대에 구축된 지식감정담론 등을 낯설게 분석하고 내파시킴으로써 분단시대의 지식-사유체계(Episteme) 외부로 나아가려는 지향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단70년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아울러 탈분단 시대를 여는 새로운 사유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그 출발을 적대와 혐오의 역사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박창희 : 저는 해방 이후 북녘 사람들이 사회주의 인민으로 만들어지는 혹은 되어가는 과정을 사회주의 선전선동정치라는 틀을 통해서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흔히 선전선동하면 무시무시한 국가권력이 폭력적인 방법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세뇌공작을 진행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제가 해방 이후 북한에서 생산된 문헌자료들을 보면서 이런 인식에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강의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북한의 선전선동은 사람의 여론, 지식수준, 감정, 정서 등을 고려한 위에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실행된 고도의 정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주의라고 하는 이상향을 목표로 한 이데올로기에 따른 것입니다. 이상향을 향한 사회주의가 현실과 만날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시다면 강좌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한봉석 : 이번 강좌에서는 미국과 함께 일어난 변화가 우리 일상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한미관계라는 긴 역사 속에서 미국의 원조는 매우 긴 시간 여러 가지 형태로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흔히 미국의 원조 액수에 관심을 가지지만, 중요한 것은 원조가 슬그머니 남겨두고 간 구조혹은 왜곡이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45년 이후 오랫동안 한국은 못사는 나라였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 지역은 오늘날 우리가 동남아시아라고 이야기하는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냉전의 도래, 한반도에서의 전쟁 이후 한국은 동아시아의 이 되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한국은 imf로 망했지만,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스스로를 아시아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는 듯 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옆을 바라보는 횡적 사고는 부재합니다. 다만 개발의 선후관계에 따른 선진국”, “후진국개념만이 남아 아래와 위를 바라보기만 합니다. 당연히 이런 맥락에서 남북관계 역시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개발의 과정은 미국의 원조 하에서 한국이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강좌에서는 미국의 원조를 소재로, 한국이 선택한 개발의 길이 결국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저도 계속 준비 중이므로 재미있는 강의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세영 : 북한의 초창기에 사회주의 큰 형님 나라인 쏘련의 영향력은 참 컸습니다. 그건 남한과 미국과의 관계에 비견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쏘련의 영향력이 컸다, 그 시기에 북한은 쏘련을 향해서 배우라는 명제를 내세우며 열심히 쏘련을 배우고 있었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북한이 쏘련의 무엇에 대해 배우고, 무엇에 대해 선망하였는지, 그리고 그렇게 배운 것을 북한 사회에는 어떻게 뿌리내리게 하려고 했는지 등은 사실 그닥 잘 알려졌다고 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북한은 1950년대에 들어 주체를 표방하면서 쏘련이나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는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그러면 그 동안 쏘련에서 배운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북한의 주체문화는 쏘련의 것과는 별개의 것인지? 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검증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문화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나 물처럼 항상 삶 그 자체에 스며들어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해외 여행을 가서 공항 바깥으로 탁 나가면 우선 처음 느끼는게 공기가 다르고, 또 물도 다르잖아요? 남과 북의 분단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문화적 이질화의 과정이었고, 그로 인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북한이라는 나라, 그 안에 사는 인민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는 북한과 쏘련의 관계, 특히 쏘련 문화의 인식과 수용이라는 측면을 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홍정완 :분단과 역사쓰기라는 주제를 명실상부하게 조명하려면 남북을 아우를 수 있어야겠지만, 이번 강의에서는 분단정권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권위 내지 정통성에 집착하는 하나의 증상으로서 건국절’, ‘법통의 사상과 논리를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의 혁명,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을 겹쳐 봄으로써 어떤 이유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끊임없이 치켜세우는 주장이 횡행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그와 함께 건국절’, ‘법통등이 문제시되고 내세워졌던 역사적 맥락을 살펴봄으로서 이러한 증상을 낳았던 정치적, 사상적 모태를 재구성해보려고 합니다.

 

 

 

 

6.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강좌는 현재적 의미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고 들었는데요. 현재의 남북정세를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김선호 : 현재의 남북정세는 1953년 이후에 지속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전체제가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체제로 가는 큰 방향은 국내외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김재웅 : 오랜 갈등 국면을 벗어나,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2018년에 들어 세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북핵문제의 해결을 둘러싼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진전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확립과 관련해 한껏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분단국가 수립 후 70년 만에 찾아온 이 절호의 기회를 잘 살려 반드시 평화통일을 위한 기초지반을 굳게 다져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박창희 : 전망보다는 기대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퇴진도 전혀 예측하지도 못했는데 남북관계(미국과 중국 등 국제정세까지 고려하면 더 복잡해지는)를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제 깜냥으로는 무리이지 싶네요. , 그래도 해야 된다면 ... 현재의 남북정세(세 차례의 정상회담)은 분명 그동안의 남북관계사에서 유례없는 사건들의 연속입니다만, 74남북공동성명(1972)-남북관계기본합의서(1991)-615남북정사회담(2000)-104남북정상회담(2007)이라는 역사의 토대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역사적인 관점에서 전망한다면 부정 혹은 긍정적인 전망 모두 가능합니다. 부정적인 전망은 하나하나 보면 모두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고, 긍정적인 전망이라고 하면 그런 실패들 속에서도 희망의 싹이 점점 더 자라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기대에 기댄다면 이전 역사를 뛰어넘는 성과(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가 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물결)인 것 같습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정말!! ^^

 

이상록 : 모두가 지켜보고 있듯이 2018년 올해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기입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남북 지도자의 만남이나 미소 정상들의 회담만으로 탈분단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탈분단을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의 주민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입니다. 그때 그 뒤섞임의 과정은 매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 다가오고 있는 이 순간에도, 포털 사이트의 댓글 등에는 북한에 대한 적대와 혐오의 감정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적대와 혐오를 신뢰와 존중으로 바꾸는 탈분단의 길은 매우 지난한 과정일 것입니다. 차이에 대한 존중과 상호 신뢰가 결여된 채 진행되는 위로부터의 맹목적인 통일 추진은 자칫 내부 식민화를 동반하는 새로운 차별구조(문화)의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평화와 공존 속에서 차이를 존중하며 차별에 반대하는 뒤섞임의 철학, 탈분단의 사유를 이제부터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이세영 : 현재의 남북정세는 이 인터뷰를 작성하고 있는 오늘 (920) 하루만 봐도 참 대단한 변화를 겪고 있네요.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정세 파악이나 전망은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만, 남북 문제, 통일 문제라는 것이 항상 거시적인 것, 무언가 정치 권력을 쥔 자, 아니면 이재용같은 자들이 따봉이나 날리면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평화, 그런 통일이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문제 제기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나 통일이 적어도 이 한반도 안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직접 연관이 된 문제라면, 그에 관해서 모든 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또 실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하고, 또 그런 실천 속에서 도출되는 남북정세여야만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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